인류는 언제부터 정보를 통해 세상을 지배하기 시작했을까?
유발 하라리 넥서스에서는 인류의 역사를 ‘지식의 진화사’로 바라봅니다. 하지만 그 시선은 단순한 기술사나 미래 전망을 넘어섭니다.
이 책은 ‘정보를 지배하던 인간이, 이제 정보에 지배당하는 존재가 되어가는 과정’을 추적하고 있습니다.
하라리의 질문은 명확합니다.
“AI 이후의 세계에서 인간은 여전히 네트워크의 주체로 남아 있을 수 있을까?”
1. 네트워크의 진화: 이야기에서 알고리즘으로
하라리는 인류 문명의 근원을 ‘이야기’에서 찾습니다.
신화와 전설은 단순한 구전이 아니라, 인간을 집단으로 엮는 최초의 네트워크였습니다.
신을 믿는 이유보다 중요한 것은 ‘같은 이야기를 믿는 수많은 인간이 존재한다는 사실’이었습니다. 이것이 협력의 토대가 되었고, 문명은 신화를 통해 ‘정보의 첫 번째 질서’를 구축했습니다.
하지만 인간의 기억에는 한계가 있었습니다. 그 한계를 넘어선 순간이 바로 ‘문서의 탄생’입니다. 기록은 신화를 제도화했고, 관료제를 낳았습니다. 신화가 사람을 묶었다면 문서는 권력을 묶었습니다.
이 시점에서 정보는 개인의 기억을 넘어, 권력의 기초이자 사회 구조를 움직이는 힘으로 변모했습니다.
유발 하라리 넥서스는 이 ‘정보의 진화’를 하나의 축으로 삼아, 현재 우리가 맞닥뜨린 AI의 등장을 세 번째 정보 혁명이라 부릅니다.
이야기에서 문서로, 그리고 이제 알고리즘으로. 인간은 스스로 짜놓은 정보의 그물 속에서 새로운 피조물과 마주하고 있습니다.
2. AI는 도구가 아니라 ‘행위자’이다
《넥서스》의 핵심은 단연 AI는 도구가 아니라 구성원이라는 명제입니다.
저자는 인쇄기나 라디오, 심지어 인터넷조차도 여전히 ‘매개체’의 단계에 머물렀다고 봅니다. 그러나 AI는 명령을 수행하는 존재를 넘어, 의사결정 구조 안으로 침투한 행위자입니다.
우리가 무심코 사용하는 추천 알고리즘, 뉴스 피드, 검색 엔진은 이미 민주주의의 기반인 ‘의사소통의 자유’를 재구성하고 있습니다.
하라리가 경고하는 것은 기술 그 자체가 아니라, 그 기술을 통해 형성되는 새로운 권력의 구조입니다.
과거의 권력자가 법과 문서를 장악했다면, 지금의 권력자는 ‘데이터 흐름’을 통제합니다. 문제는 이 데이터의 주인이 더 이상 ‘국가’나 ‘시민’이 아니라, 비인간적 네트워크 그 자체라는 점입니다.
AI가 단순히 인간의 명령을 따르는 존재가 아니라면, ‘윤리’와 ‘책임’의 경계도 흔들립니다. 하라리는 이를 “비유기적 네트워크”라고 부릅니다.
유기적 네트워크는 인간의 신념과 감정으로 연결되어 있지만, 비유기적 네트워크는 계산과 효율로 연결됩니다. 그 속에서 인간은 점차 ‘변수’로 축소됩니다.
3. 민주주의의 위기, 혹은 새로운 기회
흥미롭게도 저자는 AI의 등장이 전체주의보다 민주주의에 유리할 가능성을 제시합니다.
일견 역설적이지만, 그의 논리는 치밀합니다.
전체주의 국가는 정보의 독점을 통해 유지됩니다. 감시와 통제는 정보의 흐름을 막아 ‘단일한 진실’을 강요합니다. 그러나 AI는 정보를 감추는 체제보다, 드러내는 체제에서 더 효율적으로 작동합니다.
AI는 학습을 위해 데이터를 필요로 하고, 민주주의는 그 데이터를 공유할 수 있는 구조를 제공합니다. 즉, AI가 발달할수록 투명한 체제가 생존에 유리해집니다.
하지만 유발 하라리 넥서스는 동시에 경고합니다.
민주주의가 AI를 활용하는 방식이 ‘참여의 확장’이 아니라 ‘감정의 조작’으로 변질된다면, 오히려 민주주의는 내부에서 붕괴될 것입니다.
AI가 ‘집단감정’을 실시간으로 측정하고, 그에 맞춰 정치적 메시지를 최적화한다면, 인간은 더 이상 사유하는 존재가 아니라 반응하는 존재로 전락합니다.
그때의 네트워크는 이미 민주주의가 아닐 것입니다.
4. 인간은 다시 중심을 되찾을 수 있을까?
하라리가 제시하는 결론은 명확하지 않습니다. 그는 예언자가 아니라, 질문자에 가깝습니다.
《넥서스》는 해결책의 제시보다, ‘생각하는 인간’으로 남기 위한 최소한의 경고를 던집니다.
우리가 지금 사용하는 AI가 단순히 코드를 수행하는 기계인지, 아니면 이미 사회적 존재로 기능하고 있는지 구분하기 어렵습니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인간이 데이터를 통해 세계를 이해하던 시대에서, 데이터가 인간을 이해하는 시대로 넘어섰다는 사실입니다.
이제 중요한 것은 기술의 속도가 아니라, 우리가 어떤 관계 맺음을 선택하느냐입니다. AI를 ‘동료 지능’으로 인정할 것인지, 아니면 ‘통제 대상’으로 붙잡아둘 것인지.
하라리는 독자에게 답을 강요하지 않습니다. 다만 이렇게 묻습니다.
“당신은 여전히 네트워크의 주체로 남아 있는가?”
5. ‘비인간의 거울’을 마주한 인간
책을 덮고 나면, 묘한 불안감이 남습니다.
하라리가 말하는 AI의 위협은 단순히 기술 발전의 문제가 아니라, 인간이 자신을 이해하는 방식의 변화이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여전히 인간 중심적 세계관에 익숙합니다. 그러나 AI는 그 믿음에 균열을 냅니다.
정보를 축적하고 판단하는 존재가 인간만이 아닐 때, ‘인간다움’의 기준은 어디에 둘 수 있을까요?
AI를 두려워하는 감정의 근원에는, 통제력을 잃는 것에 대한 공포보다 ‘의미를 잃는 두려움’이 있습니다.
《넥서스》는 바로 이 지점을 파고듭니다.
AI는 거울입니다. 우리가 얼마나 복잡하고 모순적인 존재인지, 그리고 얼마나 쉽게 네트워크에 기대는 존재인지 보여주는 거울.
그 거울 앞에서 인간은 자신을 다시 정의해야 합니다.
이 책의 진정한 통찰은, 기술의 예언이 아니라 인간 이해의 재정립에 있습니다.
6. 유발 하라리 넥서스 이런 분들께 추천
- 단순한 AI 기술서가 아닌, 철학적 관점에서 ‘지능’을 사유하고 싶으신 분
- 민주주의, 정보, 권력의 관계에 대해 깊이 성찰하고 싶은 독자
- 하라리 교수의 전작들보다 한층 내밀한 사유를 원하시는 분
- “AI 이후 인간은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라는 질문에 끌리는 분
이미지 출처: 직접 촬영한 도서 이미지입니다. (유발 하라리, 《넥서스》, 김영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