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운 에디톨로지: 생각을 편집하는 창의의 철학

김정운 작가《에디톨로지》편집의 철학창의적 사고의 본질을 파헤치는 현대 인문학적 통찰의 결정판입니다.

저는 이 책이 ‘창조란 무엇인가’라는 근본적인 질문에 대해, 디지털 시대의 독자에게 가장 실질적인 답을 제시한다고 평가합니다.

이 서평은 에디톨로지의 핵심 개념인 하이퍼텍스트적 사고와 공간 편집론을 중심으로, 김정운 작가가 우리 시대에 던지는 ‘창조의 심리학’을 심층적으로 분석합니다。

1. 편집이 곧 창조다: 김정운이 제시하는 창의의 새로운 정의

김정운 작가《에디톨로지》는 단순한 ‘창의적 사고법’이나 ‘심리학 입문서’가 아닙니다.

이 책은 ‘인간은 편집하는 존재’라는 명제를 중심에 두고, 우리가 세계를 인식하고 의미를 구성하는 방식을 새롭게 정의합니다.

기존의 인문학이 ‘지식의 생산’을 다뤘다면, 에디톨로지는 ‘지식의 배열’을 다룹니다.

즉, 이미 존재하는 생각들을 어떻게 연결하고, 어떤 맥락에서 새롭게 편집하느냐가 곧 창조라는 것입니다.

김정운은 이를 “에디톨로지(Editology)”라 부르며, 편집이 단순한 기술이 아니라 인간 정신의 근본적 행위라고 주장합니다.

이러한 편집의 철학은 기존의 딱딱한 창의성 담론을 무너뜨리고, 일상에서의 창의적 사고를 재정의하는 놀라운 인문학적 통찰이라 할 수 있습니다.

2. 하이퍼텍스트: 생각의 비선형 구조를 닮은 인간의 뇌

《에디톨로지》에서 가장 상징적인 개념은 하이퍼텍스트입니다.

저자는 인간의 사고가 직선적이지 않고, 연상과 감정, 기억의 점프 속에서 이어진다는 사실을 강조합니다. 하이퍼텍스트는 바로 이러한 비선형적 사고의 시각적 구현물입니다.

책의 텍스트는 한 줄 한 줄 쌓이는 구조이지만, 인터넷의 링크는 언제든 새로운 방향으로 가지를 뻗습니다。

김정운 작가는 이 차이를 통해 ‘마우스의 탄생이 인간 사고방식의 전환점’이 되었다고 말합니다.

마우스를 통해 우리는 천재의 사고 회로처럼 자유롭게 이동하고, 하나의 개념을 여러 맥락에서 연결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여기서 김정운 작가가 하이퍼텍스트를 통해 마우스의 의미를 재발견하는 지점이야말로 이 책의 가장 날카로운 인문학적 통찰입니다. 우리 모두가 잠재적으로 천재의 사고방식을 복제할 수 있다는 선언처럼 들립니다.

“그래픽 유저 인터페이스는 인간의 생각 방식을 시각화한 발명이다. 마우스는 인간의 사고를 해방시킨 도구다。” — 《에디톨로지》 p.60

이 대목은 김정운의 사유가 단순한 심리학이 아니라, 인간 인식 구조를 다루는 현대 인문학적 통찰임을 보여줍니다.

우리는 정보를 소비하는 존재가 아니라, 정보를 재배열하고 의미를 재구성하는 편집자인 셈입니다.

3. 공간과 관점의 편집: 문화가 세계를 다르게 본다

에디톨로지의 두 번째 축은 ‘공간의 인식’입니다. 저자는 동양화의 ‘역원근법’을 예로 들며, 동양과 서양의 사고 구조가 시점의 개수에서 달라진다고 설명합니다.

서양의 회화는 단일 시점(하나의 눈)을 중심으로 질서를 세우지만, 동양의 회화는 다중 시점으로 세계를 바라봅니다.

이 차이는 단순히 그림의 구도 차이가 아닙니다. 그것은 ‘세계관의 차이’입니다. 서양은 ‘하나의 진리’를 중심으로 세상을 정렬하지만, 동양은 ‘여러 관점의 공존’을 전제로 합니다。

따라서 동양의 사고는 ‘선형적 사고(linear thinking)’보다 ‘망상적 사고(network thinking)’에 가깝습니다.

김정운 작가는 이것이 바로 현대 사회가 필요로 하는 관점이라 말합니다. 디지털 시대의 정보는 일직선이 아니라, 수많은 연결점으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공간 편집, 그 자체가 문화다.” — 《에디톨로지》 p.187

즉, 우리가 공간을 인식하는 방식이 곧 사고의 틀이며, 그 틀을 바꾸는 것이 창의적 사고의 시작이라는 뜻입니다.

이것이 바로 편집의 철학이 갖는 힘입니다。

4. 프로이트의 재해석: 사기꾼인가, 위대한 편집자인가

《에디톨로지》의 후반부는 다소 도발적입니다. 김정운 작가는 지그문트 프로이트를 ‘사기꾼이자 위대한 편집자’로 평가합니다.

프로이트는 기존 이론을 가져와 재조합하며 새로운 체계를 만들어냈습니다. 그의 ‘이드·자아·초자아’ 개념은 철저히 편집된 개념입니다.

저자는 ‘편집 가능성의 무한성’이 프로이트를 위대하게 만든 핵심이라고 말합니다.

그는 완벽한 학문적 근거보다는, 인간 정신을 재배열할 수 있는 구조적 사고틀을 제시한 것입니다.

이는 프로이트가 단순히 이론을 정립한 사람이 아니라, 편집의 철학을 통해 인간 정신의 복잡한 구조를 하나의 창의적 사고 틀로 엮어낸 위대한 설계자였음을 의미합니다.

이러한 해석은 현대의 창작 환경에도 그대로 적용될 수 있는 인문학적 통찰을 제공합니다.

따라서 프로이트는 단순히 정신분석학자가 아니라, ‘편집의 철학자’입니다.

5. ‘편집적 인간’으로 살아가기: 창의적 사고와 인문학적 통찰의 완성

결국 김정운 작가《에디톨로지》에서 말하는 ‘에디톨로지’는 새로운 창의적 사고의 정의입니다.

그는 “인간은 본질적으로 편집하는 존재”라고 단언합니다.

우리가 어떤 이미지를 보고 감탄하는 것도, 그것을 과거의 경험이나 감정과 연결해 재구성하는 과정이기 때문입니다.

오늘날의 창작은 ‘무에서 유를 만드는 능력’이 아니라, ‘유에서 새로운 유를 만드는 조합의 능력’입니다.

이것은 곧 인문학적 통찰과 디지털 시대의 연결점입니다.

즉, 하이퍼텍스트적 사고, 공간 편집, 관점의 전환은 모두 ‘창조의 심리학’으로 이어집니다. 에디톨로지는 바로 그 연결점을 제시하는 현대 인문학의 실험이자, 제 개인적으로 가장 중요한 통찰이라고 생각합니다。

이 책을 덮고 나면, 독자는 단순히 내용을 이해하는 데 그치지 않고 “나는 지금 세상을 어떻게 편집하고 있는가?”라는 근본적인 질문과 마주하게 됩니다。

김정운 작가의 메시지는 명확합니다。

“창의란, 새로움이 아니라 연결의 방식이다。”

이 말은 단순한 창의학 강연의 구호가 아니라, 정보 과잉 시대에 우리의 사고 구조를 구원할 철학적 선언입니다.

《에디톨로지》는 정보의 홍수 속에서 길을 잃은 우리에게, 다시 ‘생각을 편집하는 힘’이 무엇인지를 묻는, 편집의 철학에 대한 깊은 인문학적 통찰을 담은 책입니다.


이미지 출처: 직접 촬영한 도서 이미지입니다。 (김정운, 《에디톨로지》, 21세기북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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